블로그 이전 안내. (또?!)
황폐화된지 오래인 이 블로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데이트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일기는 일전에도 포스트했던 비밀블로그에 계속할 생각이며, 음악 관련 글은 http://verymimyo.egloos.com 으로 옮겼습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이글루스 블로그의 주소를 변경한 것 맞습니다.
그 외에, 텀블러(verymimyo.tumblr.com)와 트위터(@mimyo_) 등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꾸 변덕 부려서 죄송합니다. ㅎㅅㅎ
Filed under: 워드프레싱 | Leave a Comment
아트북/CD “르 드브니르” 판매 개시.
드로잉 김미주, 음악 미묘.
서문 피에르 데카르그(불/한).
80페이지 양장, A5 사이즈.
CD 10트랙.
제 앨범이에요.
김미주의 드로잉 연작 한 시리즈를 바탕으로 미묘가 한 곡을 완성하고, 그 곡을 듣고 김미주가 새로 드로잉을 하면, 새 드로잉 시리즈에서 미묘가 다시 한 곡을 만들어 나가는 식으로, 8개월에 걸쳐 이어진 교환작업입니다. 소통과 오해, 화해와 닮아감 속에서 타자와의 만남은 곧 서로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주제의식을, 표현과 방법론 모두에 적용하고자 했습니다.
파리의 출판사 에디시옹 아시브Editions ACIB와 서울의 인디 레이블 컬리솔 레코드Curly Sol Records의 합작이기도 한 아트북/CD “르 드브니르Le Devenir“는, 김미주와 미묘의 교환작업 다섯 개의 연작을 담았습니다. 아트북에는 김미주의 드로잉 다섯 시리즈가, CD에는 미묘의 곡 다섯 트랙과 함께, “르 드브니르”의 전작 “앙트레 당 르 콩트Entrez dans le Conte“를 다시 곡으로 표현한 “동화 속에서 나오며Sortant du Conte“와 세 곡의 리믹스, 그리고 Bong Train이 제공한 또 한 곡의 리믹스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있었던 전시/라이브 이후, 현재 파리와 파리 근교의 세 군데에서 내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전시와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판매처 :
- 한국- Ourtown239.org | http://ourtown239.org/wordpress/?page_id=2035
- 프랑스- Miju+Mimyo Blog | http://mijumimyo.blogspot.com/p/buy-le-devenir.html
- EU 지역- 이메일 문의 (tres.mimyo@gmail.com)
- 기타 지역- 이메일 문의 (facupking@gmail.com)
Miju Kim + Mimyo = Le Devenir | Official Site | http://mijumimyo.blogspot.com
Filed under: 워드프레싱, 작업일기 | 1 Comment
태그:김미주, 판매, LeDevenir, Mimyo, Ourtown
본격 음악인 안 까는 포스팅.
이 블로그 처음 시작한 게 아마 2009년 초인 것 같은데, 그간 방문자가 2만 히트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어요. 근데 며칠 전에 올린 본격 음악인 까는 포스팅 하나로 하루에만 2900히트를 기록했네요. 사실 워드프레스에 블로깅을 하면 한국인 방문자도 별로 없고, 제 블로그가 리플이 많이 달리는 곳도 아니고 그런지라, 블로그에선 좀 못된 말투를 부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별로 상관 없겠거니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들을 일부러 골라가며 쓴 글이 노출이 워낙 많이 되는 바람에 이런 저런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소지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블로그 리플이나 메일, 트위터, 큐오넷 등에서 여러 피드백을 받았는데, 조금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공감하신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일단 오해를 산 것 같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어느 정도 해명을 한다고 하긴 했는데, 잘 전달된 건지는 모르겠네요. 비교적 많은 오해를 불렀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정리하자면…
1. 아이폰 이야기.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의 논박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이 한국의 이통시장을 과연 크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만, 다른 의견들이 있는 걸 알면서도 어찌 보면 논쟁이 진행 중인 사안을 단정적으로 전제 삼아 논리를 편 것은 저의 실수라고 인정해야겠습니다. 이게 두 배로 실수였던 것은, 애플에 대해 애정을 지니신 분들이 보시면 설사 저의 다른 논지에 부분적으로 공감할 수도 있다 하더라도 일단 기분이 상해서 반감을 가지신 경우도, 없지는 않은 것 같더라구요…
어쨌든 정말로 아이폰이 혁명을 일으켰는가의 여부는 주요 논지는 아니라고 보고 더 이상의 논의는 생략하겠습니다. 그 얘기를 통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이었어요. 이통사의 횡포나 단말기의 다운그레이드 출시 같은 것은 아이폰이 출시되지 않더라도 수정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죠. 실현 가능성의 크기를 떠나서 보자면 말이에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싸우지 않고 그냥 아이폰을 기다렸어요. (저는 어땠냐면… 별로 불만을 갖지 않는 쪽이었습니다마는.) 일단은 아이폰 출시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타결책이 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건 최종적으로 아이폰 출시에 관계되는 애플사와 KTF의 결정에 소비자의 운명을 맡기는 행위예요. 당시 아이폰을 기다리던 분들의 마음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서글픈 이야기죠. 애플도, KTF도 보살이 아니거든요. 애플을 자신의 경제적/문화적 파트너로 여기는 분들도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둘 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좋은 일도 하고 그러겠지만, 적어도 “한국 소비자들을 구원하겠다”는 신념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것만은 결코 아니라고 단정지어도 무리가 없겠죠. 즉, 현금만 놓고 보면 그들은 나에게서 이윤을 취해가는 입장이에요. 그런데 나의 경제적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선의를 기대한다는 건 뭔가 슬프지 않은가요?
아이튠 뮤직스토어, 그래요, 정말로 들어오면 뭔가 분위기전환이라도 될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이튠 뮤직스토어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시장을 바꿀 선택지 자체는 있어요. 그 선택지들의 실현가능성을 전부 떠나서 생각한다면 말이지만요. 애플은 영리한 기업이니까 제가 아래 글에서 상상한 것처럼 무식하게 들어와서 망하고 나갈 거면 아예 안 들어오겠죠. 뭔가 날카로운 전략을 내세워서 정말 시장을 바꿀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애플이 한국 음악시장에게 “일어나 걸으라”라고 말하기만 기다리고 있다면, 서글프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비참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2.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아이튠 뮤직스토어의 국내 운영에 대한 상상도 비약이 있을 수 있어요. 인정합니다. 사실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죠. 저의 구체적 상상들에 대해선 모두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셔도 좋아요. 어떤 식으로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아마 잡스도 아직은 모를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아이튠 스토어가 언제든 맘만 먹으면 휙 들어와서 시장을 탕 하고 바꿔줄 만큼 간단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만에 하나 정말 스티브 잡스가 현인류의 구세주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구원은 당장 찾아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죠.
3. 스크린쿼터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오해가 있더군요. 밥그릇 챙긴다는 비난을 영화인들이 받았다는 얘기를 제가 썼는데요, 다들 이해하실 줄 알았는데 설명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제 글이 어수선해서 그런데, 뒤쪽에는 밥그릇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전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의 수사 자체에 극렬히 반대합니다. 자기 밥그릇 자기가 안 챙기면 누가 챙기나요. 자본주의/민주주의 사회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각자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만인을 상대로 투쟁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싸우고 떠드는 건 당연한 거고, 누구나 그럴 권리가 있어요. 곱빼기 두 그릇을 먹겠다고 반 그릇 먹는 사람 걸 뺏어가는 자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려 마땅하고요. 반 그릇, 한 그릇을 온전히 먹고 싶다고 싸우는 것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음악인들이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운다면, 분명 똑같은 소리 들을 겁니다. 밥그릇 챙기기라고. 싸울 거라면 그 소리 들을 각오는 기본적으로 반드시 해야 합니다. 더구나 당사자가 대중음악인이라면 인기가 자산인데, 그런 비난 들어서 인기가 떨어지면 밥그릇도 작아지는데 쉬운 일이 아니겠죠. 영화인들보다 상황이 더 나빠요. 영화는 가장 중요한 데이트 코스의 하나로 완전히 정착돼 있거든요. 연애하면서 같이 영화관 한 번 안 가신 분들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해요. 아무리 욕을 먹어도 데이트 용도로 좋은 영화는 기본적으로는 팔립니다. DVD방도 있고 모텔에서도 다운 받아 볼 수 있지만 극장 수요는 늘 있죠. 음악도 연인과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곡은 “다운로드” 될 수 있겠지만… 구매에 장벽이 생기는 건 분명한 손해로 돌아오겠죠.
뭐 그런 이야기는 됐고, 밥그릇 챙기는 사람 비난하는 사람 아닙니다, 저.
4. 싸우는 게 별 효과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처럼 들린 모양인데요. 맞게 읽으신 거긴 합니다. 제가 그 글에서 쓴 내용은 분명 그런 거였죠. 하지만 싸우지 말자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구나 말하듯 좀처럼 뭉치기 힘들고 각자 작업하고 먹고 살기 바쁜 음악인들이 그 수많은 장애를 무릅쓰고 싸우는 것보다, 음악인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쪽이 더 현실적인 이득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싸움에 대한 당위성 자체는 희생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아래쪽에 쓰겠지만 제가 진짜 주장하고 싶은 바를 위해서, 그리고 미운 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싸워야 한다는 논의를 좀 희생시켰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맥빠지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5. 인디와 언더를 나눠서, 언더를 까는 내용이라고 받아들이신 분들이 계세요. 리스너/음악인으로서의 저는, 관용적인 분류를 따를 때의 언더보다는 인디에 취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언더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에요. 듣기 좋은 노래는 후지다든가 하는 생각도 전혀 안 해요. 심지어 리스너/음악인/음악학생으로서의 저는 아이돌팝을 매우 높게, 진지하게 평가하는 사람인 걸요. 성시경 비유 같은 것도 반감을 많이 산 것 같습니다만은…
우선 저는 인디 순혈주의가 아닙니다. 인디에 계신 지인들 중 그런 기분을 가지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긴 합니다만, 애초에 저 자체가 인디 음악인이냐 하고 보면 얘기가 묘해지는 구석이 내부적으론 있다고 생각해요. 기획과 제작과 유통을 모두 완전히 인디로 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라이브를 하면서 인디씬과 호흡하고, 인디씬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뭔가를 만들어 나가는 입장이 되지 못하고 있거든요. 제가 막상 주말마다 홍대 앞에서 공연을 하는 처지라면 또 생각이 약간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인디는 애티튜드 내지 액티비티의 문제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시경 워너비가 왜 홍대 앞에서 노냐든가 그런 소리 전혀 안 합니다.
성시경 얘기를 설명할게요. 현재 시스템이 안 좋아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안적 시스템들에 대해서는 관심 갖는 분들이 적어 보여요. 대안적 유통 사이트든, 대안적 씬이든, 물리적 대안 공간이든 말이죠. 그런데 성시경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관용적으로 보아 언더에 계신 분이 있다고 칠 때, 그 분이 그런 대안적 시스템에 접근하는가 하는 거예요. 저작권 협회나 제작자 협회, 멜론 앞에 가서 1인시위 한다든가 하신다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요, 싸우지도 않고, 대안을 취하지도 않는데 불평만 한다면 그건 “누가 날 먹여살려라”라고 떼 쓰는 것 밖에 안 되지 않겠어요?
근데 그런 분들이 대안을 취하지 않는 이유 중에 “나는 인디가 아니니까”라는 의식이 포함되는 건 아니냐 하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실용음악과에서 재즈 프로그레션 공부 다 하시고 오그먼티드 일레븐스를 귀신처럼 다루는 분이 보시기에 인디에서 코드 두 개로 후리는 음악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죠. 근데 인디라고 해도 음악적 스펙트럼이나 실력의 스펙트럼(이란 말이 있다면)은 상당히 넓은데, “그 찌질한 놈들과 동급 취급 받기 싫다”, “내가 바라보는 곳은 오로지 메이져”는 이유로 어떠한 대안도 취하지 않고 끝까지 멜론, 싸이월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인 거예요.
이 논지 역시 다양한 케이스들을 무리하게 일반화시켜 억측하게 될 소지가 다분했던 것은 인정합니다. 부족한 글 재주 때문에 기분 상하신 분 많으실 거예요. “멜론, 싸이월드만이 음악인이 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가“라는 문제제기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 그리고 이제부터는 제가 아래 글에서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조금 보충해서 해볼게요.
요즘의 논의 중에 “인디의 자립“이란 표현이 나왔던데요, 조금, 어폐가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왜냐면 인디indipendant는 자립을 이미 전제로 한 개념이고… 관용적인 분류에 따라 언더에 계시는 분들은 인디의 건강성과는 그다지 기여도 수혜도 없어 보이거든요. 편가르기 하자는 게 아니고요, 언더와 인디가 공유할 수 있는 아젠다가 되려면 “작은 음악의 자립” 혹은 “작은 음악의 생존” 같은 표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수사적인 갭 때문에 조금 엉뚱하다 싶게 “그래서 인디 진흥위원회라도 설치하라는 거냐”, “힘든 거 알고 선택한 주제에 뭔 소리냐”, “독립했으면 알아서 먹고 살아야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게 좀 안타까워요.
저는 인디의 의미가 단순히 소속 레이블이 없거나 작거나 TV에 안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에게 의존dependant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하죠. 공연의 페이 협상이나 대관료 협상, 악기 및 장비 조달, 관객 유치, 홍보, 유통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DIY인 거죠. 남이 안 해주면 자기가 해야 합니다. 남이 내 판 안 팔아주면 내가 나가서 팔아야 해요. 남이 장비를 제공 안 해주면 내 친구한테 빌리든지 악기사 가서 내 돈 주고 빌려야죠. 이것은 비단 인디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용적 분류로서 언더라고 해도, 누군가가 해주지 않는다면 해야 하는, 작은 음악인에게는 누구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포함됩니다. 저는 역사상 음악인이 자기 작품만으로 먹고 살 수 있었던 경우가 극소수라고 생각하거든요. 클래식 작곡가들 중 일부는 귀족이나 영주, 왕에게 고용된 음악 노동자였어요. 혹은 귀족이 스폰서로 역할을 했죠. 이 분들을 굳이 비유하자면 기획사 소속 작곡가나 후원자가 있는 뮤지션으로 볼 수 있겠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현대의 음대 교수님들을 포함해서, 교직을 겸한 경우가 많죠. 그 분들이 정녕 자기 작품보다는 후진 양성에 전념하는 교육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있다면 얘기가 다른데요, 자신이 음악가라고 생각했다면 교직은 세컨 잡입니다. 그렇게 표현하니 어색할 뿐이에요. 그 분들도 밥 먹기 위해 투잡을 한/하는 거예요. 을지로에서 밥배달하거나 노래방 반주 찍고 남의 공연 세션 뛰면서 음악하는 분들과 마찬가지로요. 그런데 왜, 투잡이나 밥그릇 챙기기가 부끄러운 일이고, 투정 부릴 일인가 하는 의문이 전 있어요.
그럼, 음악인이 창작/연주 이외의 활동을 하는 것도 당연한데, 자기 음악을 위한 그 이상의 일은 왜 하면 안 되죠? 내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그들이 내 음악을 위해 지갑을 열 설득력을 마련해주는 게, 왜 “음악인이 음악만 하고는 못 사는 건가”하는 푸념을 낳아야 할 일인지 전,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해를 못 하겠어요. 매니저나 기획자가 붙어있다면 그들에게 맡기세요. 하지만 안 붙어 있다면, 장비 대여와 페이 협상을 매니저 대신 자신이 하는데, 그들의 다른 업무는 왜 하면 안 되나요. 음악인이 음악에만 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 계시던데, 죄송하지만 저는 옛날부터 일부를 제외한 음악인은 원래 음악 이외의 것에 고민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좋은 곡을 만들고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만큼, 자기 음악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음악인에게는 정말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모자를 씌워준다고 생각을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는데, 모자도 안 씌워주면 더 열심히 생각해야죠.
우리가 누구나 마음 속으로는 퀸시 존스고 프린스고 막 그렇겠지만, 음악만 갖고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예요. 나머지는 음악만으로는 중산층 되기도 쉽지 않아요. 잘 나가는 음악인은 전 세계에 숱하지만, 우리 귀에까지 들어오지 않을 수많은 작은 음악인들이나 지망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하면 아득해지는 기분 느껴보시지 않았나요? 우리들 각자는 모두 그 중 한 명, 한 명이거든요. 그럼, 초대박 아티스트가 되는 꿈을 반드시 버리지는 않더라도, 중산층이라도 되려면, 혹은 최소한의 생계라도 유지하려면, 열심히 고민해야 해요. 지금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아는 음악인들은 대부분의 경우가 자신의 커리어를 열심히 고민한 사람이든지, 혹은 옛날 재즈의 거장들처럼 가난을 아예 벗 삼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제가 뭐 거물 음악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증명한 바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 부끄러워서 여태까지는 반론제기의 근거로 대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뭘 어쩌란 말이냐”라고 하실까 봐 예를 들기 위해 민망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요, 대충 끼워맞추면 앰비언트에 해당할 음악을 해요. 한국에서 팔리는 음악 아니죠. 제가 프랑스에 있지만 여기서라고 대박 날 음악은 아니에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영상번역도 했고요, 실력에 비해선 터무니 없이 운 좋게도 남의 웹사이트 만들어 주고 돈 받은 적도 있어요. 그리고 좋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서 상업음악이나 영화음악도 가끔씩 하게 됩니다. 큰 돈 받진 않지만 용돈은 돼요. 좀 규모 있는 페이 받으면 값싼 장비나 소프트를 사기도 하는데, 장비 값으로 돈 들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것이 겁이 나서 일부러 자주 안 사요. 이미 가진 걸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뭐라도 배우는 거라고 합리화해요. 그리고 저 스스로 실력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렀다고 판단될 때에만, 뭐 게임에서 레벨업하면 아이템 받는 느낌으로 하나씩 사자고 정했어요.
그런 별도의 수입원이 있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어느 정도 알려진 음악이라면 돈 안 내고 다운 받으려는 사람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 곡 이만큼 다운 받아갔다”고 자랑이라도 할 수 있게 무료 배포도 하려고 하고, 실제로 하기도 했어요. 어디 아티스트 홍보 문구에 “마이스페이스 n만 조회” 이런 거 들어가기도 하잖아요. 그것도 나의 자산이 되는 거니까요. 음악 창작자의 자산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이름값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무료가 됐든 뭐가 됐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름값이 올라가면 상업음악 의뢰든 곡 사용이든 수익은 간접적으로 날 수도 있어요. 이왕 무료로 다운로드 하려는 사람 많은 오늘의 상황에서, 그럼 차라리 소비자에게는 최소한의 수익만을 받거나 기대하고, 기업체나 지자체, 공공기관에게서 해당 작품에 대한 페이를 받는 것도 수익모델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가 그만큼의 이름값과 실력이 안 돼서 그렇지만, 이상적인 바를 말하라면 그런 쪽입니다.
그리고 올 여름엔 판을 찍었어요. 드로잉 하는 친구랑 교환작업을 한 거라서 아트북과 씨디 합본을 냈어요. 인쇄소 직접 다니고, 출판비와 전시 비용 등의 예산도 직접 짜고, 장비도 직접 조달하고, 장소도 인맥으로 구하고, 보도자료나 홍보물도 직접 써서 돌렸어요. 가격 관계로 책과 씨디를 다른 곳에서 찍어서, 따로 받아서 사이즈 맞는 비닐 포켓 사다가 비닐장갑 끼고서 씨디 넣고 봉했어요. 서울에서 전시와 라이브를 했는데, 관객이 많진 않았어요. 그런데 제 음악이 전부 인스트루먼틀이거든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제 작업”에 보컬을 넣을 생각이 없습니다. 가사라는 텍스트를 배제한 상태에서 추상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걸 배우고 싶은 이유거든요. 어쨌든 안 그래도 일렉트로닉에 부담 느끼실 만도 한 음악인데, 의외로 어르신들도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연결된 그림이 있으니, 일단 그림이 너무 좋아서도 그렇지만, 들으면서 이미지하기가 훨씬 좋아서 어렵지 않게 느껴지셨던 모양이에요. 프랑스에선 노인들도 좋게 봐주신 경우가 많고요. 저는 이걸로 어느 정도는 제 음악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관객이 많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에 비해서는 책/씨디는, 저 자신은 납득하고 만족할 만큼 팔렸어요. 공연날 게스트로 와주신 분들의 연주가 좋았던 덕이죠.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로, 저는 이렇게 분석해요. 음악 퍼블릭과 미술 퍼블릭이 함께 왔고, 아트북은 시세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저희 아트북+씨디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했다고요. 아트북+씨디라는 포맷도, 드로잉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씨디만 사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설득력 있었다고 저 자신은 판단해요. 화려한 부클릿의 디지팩을 만들어서 구매욕을 자극하는 앨범이 아니거든요. 아트북과 CD가 합쳐져야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되는 오브제였고, 그래서 일반 앨범 12,500원보다 비싸도 가격에 대해 납득이 되는 것, 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물론 애초에 발품 열심히 팔기도 했지만요.
유치하고 간단한 예였지만, 저는 이것으로 노려야 할 수익모델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수용자에 대한 제 음악의 설득력도 이번 작업만큼은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다음 작업을 위해선 또 다른 설득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해야겠지만요. 다른 음악인들도 조금만 고민하면 충분히 훨씬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니까 고민하자, 라는 얘기가, 정말은 하고 싶었습니다.
제 밥그릇을 제가 챙기는 차원에서 제 곡 홍보도 좀 하겠습니다. (……) 시간 되시면 한번 들어봐 주세요. 안 사주셔도 괜찮아요. ㅋ
아주아주 냉정하게 못되게 말하자면, 다른 작은 음악인들이 살 길을 못 찾아도 저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요. 다른 음악인들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다만 아이튠 스토어에만 기대하는 것이나, 싸워보자 하고는 현실성 부족한 아젠다에 피상적으로 매달리다 흐지부지 되어서 모두의 패배감만 가중시키거나 하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논의가 그것 뿐이라는 건 아니고요, 글을 쓰던 당시에는 그런 인상을 여기 저기서 받았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우리 이러지 말아요”라고 좋은 말로 쓰지 못하고 뼈 삭는다는 소리나 해 가며 미운 소리 한 것은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답답해서 화가 나서이기도 했고, 처음에 쓴 것처럼 그래 봐야 몇 사람 안 볼 테니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도 있어요. 달빛요정님 파는 글이나 쓸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되면 “그 도토리 가수도 뭐 그냥 음악만 하다 보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지내다가 못 뜨고 죽었겠거니”하는 소리 듣게 될지 모른다 생각하니 (실제로 그 분은 전혀 그런 분이 아니었음에도!) 속상한 것도 있었고요. 남은 자들의 행동이 그 분께 혹여라도 그런 소리나 듣게 해서는 안 될 일이지요.
그런 이유로 많은 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저도 다음 날 아침에 벌써, “그렇게까지 날카롭게 굴 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들 각자 자신의 음악으로 좋은 성과가 있으셨으면 합니다.
** 이 블로그는 실은 얼마 전에 다른 블로그로 이전했어요. 근데 이왕 방문객이 이렇게 늘었으니 (……) 이쪽을 다시 쓸까 혹은 양쪽을 다 쓸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어떻게 할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글에 대한 피드백은 당분간은 이곳에서 그냥 받도록 할게요. 혹시 시간이 지나서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분 계시다면, 화면 오른쪽의 최근 포스팅이 갱신되지 않고 있다면 메일 tres.mimyo@gmail.com 이나 트위터 http://twitter.com/mimyo_ 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쪽 블로그” 주소는 개인적으로만 안내하고 있으니 원하시는 분은 역시 연락 주시면 따로 알려드릴게요.
Filed under: 워드프레싱 | 2 Comments
태그:밥그릇, 고민, 싸움, 아이튠뮤직스토어, 아이폰, 유통, 음악인, 인디
본격 음악인 까는 포스팅.
달빛요정이 떠나간 것과 예의 도토리 건으로 말들이 많다. 찌질대기는 음악인의 생득권이라고 빌리 코건이 선언했다곤 하지만, 찌질대기 위해 고인을 팔아먹는 예의 없는 짓을 해서는 아니될 것으로 여겨진다.
도토리 건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면, (다 아시는 분은 스킵)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몇 곡들이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꽤 팔려나갔으나 당사자가 페이를 받지 못해 싸이월드 측에 문의. 싸이월드는 음원 판매 수익이 일정액이 되기 전엔 지급해주지 않는 시스템이라 답변. 이에 항의하자 도토리를 줬(다는 것이 달빛요정의 주장이)고, 분개한 달빛요정은 “도토리”라는 곡을 써 반감을 표시. 이 과정이 그의 투병을 보도한 한겨레 서정민 기자에 의해 기사화. 달빛요정이 세상을 떠난 직후 각지에서 논쟁화. 싸이월드는 “돈 잘 줬으며 도토리는 안 준다”고 해명.
이를 둘러싸고 “멜론에서 한 곡 팔면 아티스트가 3~4원, 아이튠스토어에서 팔면 7백원”이라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떠돌았고, 음원판매 요율과 인디 뮤지션의 처지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여전한 레퍼토리인 대기업 횡포, 한국의 척박한 음악환경 등에 대한 성토가 고구마 줄기처럼.
싸이월드 측의 진실은 알 수 없으니 넘어가고, 우선 아이튠 뮤직스토어 7백원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결국 아이튠 뮤직스토어(이하 아이튠)가 한국에 들어와야 한다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는데… 나는 멜론의 요율을 잘 모르지만, 이것은 스트리밍에 대한 요율이라 들었다. 스트리밍 요율을 아이튠의 다운로드 요율과 직접비교한 것, 달러를 1000원으로 환산한 것, 멜론에서 아티스트 당사자가 받는 금액과 아이튠에서 컨텐츠 프로바이더(이하 CP), 음반사, 기획사, 아티스트, 연주자, 작곡자, 편곡자 등이 받는 금액을 단순비교한 것에서만 봐도 음흉하기 짝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딱 애플 패너틱(중의 악질파)스러운 논리 패턴으로 보임.
자, 아이튠 뮤직스토어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치자. 미국에선 한 곡이 1달러(약 1200원), 유럽에선 한 곡이 1유로(약 1550원)이다. 700원 다운로드에도 하도 벌벌 떨어서 멜론, 벅스에서 무제한 다운로드 요금제 쓰는 당신들이 이거 사겠나? 양보해서 단순한 수치의 가격으로 간다 치고 1000원이라고 해도? 아니, “나는 산다”라든가 “정말 좋은 곡은 팔린다” 같은 흰 소리 하지 말고, 그래도 이왕 사람으로 태어나 한 평생 사는데 가끔씩은 좀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생각도 하고 살아 보자고. 아이튠 뮤직스토어가 한국에 왜 안 들어오고 있는지 모르겠는지. 아, 물론 기존 음원유통 대기업들이 알력을 써서 그렇다고 하고 싶겠지. 아이폰이 한국에 안 들어가던 때와 똑같은 논리다. 들어와도 장사 되겠냐는 얘기를 나는 하는 거다.
조금 더 사실적으로 상상해 보자. 아이튠 뮤직스토어가 들어왔어. 훌륭한 뮤지션인 당신이 거기 곡을 넣고 싶어. 그럼 아이튠과 직접 계약하겠지? 근데 이걸 어쩌나, 멜론, 벅스, 싸이에 음원을 유통해주는 CP들은 디지털음원의 독점적 배포권을 갖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는 관행으로, 국제 배포권 계약을, 해외에 유통 안 함에도, 맺는다. 따라서 당신이 아이튠과 직접 계약하려면 CP와의 계약을 파기 혹은 포기해야 하고, 그럼 멜론, 싸이월드엔 안 들어간다. 벨소리, 컬러링, 싸이 배경음악 못 넣는다. 그래도 상관 없다는 용기 있는 사람은 괜찮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도 있고. 문제는 배경음악이나 벨소리가 꽤 팔린다는 게 솔깃해서 양쪽 다 쥐고 싶은 사람들이다. 더구나 아이튠 만으로는 1000원(가정)이라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니 실질적 매상이 과연 얼마나 나와줄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럼 양쪽 다 넣으려면? 아이튠과 멜론을 모두 커버하는 CP와 계약하는 것 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CP들이 대개 앨범 혹은 싱글을 최초 등록할 때 일정 금액(몇 만 원 선)을 받고, 아이튠에서 나오는 배당금을 전액 지불해주는 조건을 걸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판매금액 당 징수해 봐야 별 의미가 없는 작은 아티스트들이 워낙 많으니 그렇겠지. 근데 이게 한국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보장이 있나? 위 문단에서처럼 상당수의 뮤지션/레이블들이 CP를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앨범 당 등록비 5만원을 받고 판매수익의 30%를 요구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일이다. 이것도 CP 측에서 일정 수익이 나기 전에는 정산해주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고, 실제로 지금 CP에서 이런 조건을 거는 경우도 꽤 있는 걸로 안다.
짧게 말해서, 아이튠이 당신을 구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튠은 당신의 구원자가 아니다. 애플은 당신의 십자군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당신의 예수 그리스도도 미륵불도 아니다.
내가 이게 왜 이렇게 거슬리냐면, 아이폰 들어오기 직전과 너무 똑같아 보여서다. 아이폰 들어오면 다들 스카이프로 공짜 통화해서 아무도 휴대폰 요금 안 내니까 이통사들이 망할 것 같았지? 부당한 폭리를 취하는 이통사들의 만행을 한 방에 뒤집을 잔다르크 같았지? 지금 봐라. 아이폰 들어와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는지. 여전히 당신은 비싼 아이폰 기계값을 할부로 몇십만 원씩 지불하고, 24개월 약정의 노예가 되며, 3G 요금제의 제한을 넘어가면 폭탄을 맞는다. 아이폰 4가 나오자 약정승계를 하거나 쌩돈을 쏟아서 아이폰을 바꾼다. KTF가 망했나? 여전히 착실하게 고객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달라진 게 없진 않지만, 아이폰이 스마트폰 유행의 신호탄 이상의 존재로서 현실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는지, 말해 볼 사람? 없으면 다음 페이지 진도 나갑니다.
아이튠 뮤직스토어가 들어와도 당신은 도토리 값이나 받을 것이란 얘기다. 조금 빈정 상하게 할 의도를 가지고 말하자면, 서민의 삶이 각박하니까 어떻게든 해주겠지 싶어서 일단 바꿔보자며 이명박 찍자는 것과 똑같은 소리를 당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거다.
그래, 디지털 음원 요율 더러운 것 맞다. 그런데 바랄 게 없어서 아이튠님만 들어오시면 살 길이 트일 거야 하며 학학대고 앉았냐. 뼈 삭는다. 디지털 음원 요율이 불만이라면 차라리 싸워라.
그래, 싸운다는 얘기도 하긴 하더라. 근데 무슨 수로? 당신들이 밥그릇 싸움이라고 손가락질하던 스크린쿼터 투쟁은 국내 최대급 배우들이 한겨울 1인시위 해가며 진행됐다. 달빛요정의 문상기간 끝날 때쯤에는 벌써 “그래도 될 놈은 되는 거”란 소리 듣는 당신들이, 비, 유노윤호, 제시카, 윤종신, 이승철이 문화부 앞에서 혼자 첫눈 맞고 서 있게 할 수 있나? 장관이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알아서 할 테니까 돌아가라”며 쉭 지나가는 꼴 보게 할 수 있나? 아니면 계약 당사자들인 음반제작사협회와 각 음반사, 각 유통사를 차례차례 도장깨기 하고 다닐 수 있나?
물론 바뀌어야 할 부분이고, 바꾸려 노력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래서 행동한다는 게 고작 아고라 서명이나 쳐하고 앉았다니 눈물이 난다. 다시 말하지만 그러다 뼈 삭는다.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당신들이 그런 식으로 엄한 데다가 찌질대고 있으니까 “아무리 환경이 나빠도 될 놈은 된다”며 달빛요정까지 도맷금으로 비하 당하는 거다. 그래도 고인이니 그를 꼬집어 말하는 사람은 아직은 못 봤다만, 그게 똑같은 소리가 아니면 뭔가. 고인이 꼭 그따위 소릴 듣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가.
신현준 평론가가 집단대응을 시사하며 해외의 사례를 트위터에 띄우더라. 음악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얘기들 하더라. 리플 달려다가 말았는데,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이라는 단체가 이미 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당신들이 통기타 하나 들고 가요차트 1위 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아니다. 그러니까 당신들은 관심을 안 두겠지만…
또 하나 짚어 보자. 하도 도토리 얘기만 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달빛요정이 상한 도토리 먹고 잘못된 줄 알겠더라. 아무리 눈에 딱 잘 띠는 얘기라고는 해도 인간들이 어쩌면 그러냐. 난 달빛요정이 일부 불운하긴 했으나 불행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겐 자신의 처지가 중요한 소재이자 원동력이었고, 힘겨운 삶에서 뽑아낸 곡이기에 더욱 예쁘고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에서 그가 고생을 하긴 했다고 전제한다면, 그게 도토리 나부랭이 때문이었냐고. 까놓고 말해서 안 팔려서 고생한 거다. 싸이월드에서도 착실히 현금 입금 받는 사람들 있다. 근데 달빛요정은 그 한도금액까지 액수가 차지 않아서 못 받았다는 얘기 아냐. 씨발 다 쳐 알면서 모른 척하고 앉았어.
아, 거기, “요즘 어린 친구들은 다운로드를 당연한 걸로 생각해서”라고 말 꺼내려는 놈은 alt-f4든지 command-w든지 눌러. 시끄러. 그러니까 만에 하나 당신들이 혁명을 해서 멜론에서 700원에 한 곡 팔리면 80%인 560원을 저작권자와 연주자가 받도록 한다 치자. 그래서 당신의 곡이 한 달에 1만 다운로드 기록해서 몇 달이면 요트 사러 가겠냔 말이다. 시스템만 바뀌면 곡이 팔리나? 차라리 아티스트 본인에게 가는 돈이 워낙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거기에 항의하는 의미로 불법 다운로드 받겠다고 해라. 다시 말하지만 “한국은 IT 강국이라 불법 다운로드가 많고” 어쩌고 하려는 놈은 이 글 볼 시간에 미앤사 장터에 장비나 다 올려라. 그리고 “그러니까 10대 아이돌 댄스 위주의 시장이 바뀌어야” 어쩌고 하려는 놈은 그럼 낙원상가 밥배달 해서 돈 모아 냉동인간이 되시든가.
그래서 어쩌라는 얘기냐고? 다른 길을 찾으라는 거다. 하하하, 말은 쉽지. 근데 그 정도 고민도 안 하고 창작자 혹은 자영업 혹은 가내수공업을 하겠다고? 혹은 인디를 자처하겠다고? 아무 고민 없이 창작만 하면 누가 알아서 돈은 다 벌어다 주는 사람들이 있긴 있어, 그래. 후원자가 있는 경우다. 하다 못해 후원자라도 찾아. 아니면 발품을 팔아서 판을 팔든지, 얼굴이 예쁘고 머리가 좋으면 홍대 여신이 되든지, 치과의사랑 결혼하든지, 어디 메이저 기획사에서 노동자로 몇 년 곡 뺏기면서 뒷세계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다른 기획사 가져가든지, 교수/강사가 되든지, NYT에 독도 광고를 내서 화제를 끌든지, 병역기피를 크게 터뜨려서 노이즈 마케팅을 하든지. 독창적인 게 아니라 남이 한 거 베끼기만 해도 할 건 태산이다. 그 정도도 머리 쓰기가 싫은가?
그것도 아니라면, 아까 말한, 당신이 서민이란 말만큼이나 듣기 싫어할 자립음악생산자 모임을 본받든지. 나는 그 사람들에 대해서 주위에서 주워듣고 오가는 얘기를 구경한 것뿐이지만, 당신들에 비해서 훨씬 양심적이고 건설적이며 건강하다. 의미 있는 공연을 만들고, “알아서” 살 길을 찾고, 제작도 유통도 “알아서” 한다. 계속해서 길을 만들어 나가려는 것이, 당신들을 보다가 보면, 감동적이다. 그런 게 DIY고 인디다. 못 떴으니까 인디인 게 아니고. 제 2의 성시경이 되려는 지망생 단계가 인디인 줄 알고 “인디의 자립” 운운하면서 누가 좀 챙겨달라고 떼만 쓰다가는, 또 하는 얘기지만, 뼈 삭는다.
왜 음악인 커뮤니티에서 기존 시장에 대한 불만은 그렇게 떠들어 대면서, 멜론이나 싸이월드 안 들어가도 좋으니 우리끼리 양질의 컨텐츠를 스스로 배급하자는 인간은 없냐. 한둘 있긴 한데 또 거기 끼긴 싫지. 자기는 성시경 될 거니까. 서민 아니니까. 혹은 아마추어나 지망생이 아니라 인디니까? 불합리한 디지털 음원 유통 구조를 참을 수 없어서 차렸다는 게 고작 어차피 싸이월드가 가져가고 남은 몫 가지고 나눠먹는 CP냐… 씨디가 안 팔리니까 더 팔리게 해보겠답시고 화보집 만들어서 디지팩 찍고 앉았냐, 니가 브라이언 이노도 아니고 소녀시대도 아닌데? (곁다리로 하는 얘기지만 디지팩은 수집가의 재앙이요 환경의 적이다.)
먹고 살 길 잡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찾거나 만들 것도 아니면, 관둬라. 물론 나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찌질대는 글을 보면서 “얘보단 내가 나은지도…”하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니 고맙긴 하지만. 솔까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적은 돈으로 음악해서 유통하기 좋은 이 시대에 음악한다면서 환경 탓만 할 거면 당신은 80년대, 60년대에 태어났어도, 2130년에 태어났어도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없었다. 당신이 음악인이라는 사실은, 전에도 써먹은 적 있는 비유지만, 밥집 알바해 돈 모아서 대관료 내고 공연해가며 음악한 옛날 선배들이나, 악기를 사서 녹음한 뒤 바로 되팔고 그 돈으로 다음 악기 사서 또 녹음하고 또 되팔고 해가며 앨범 만든 달빛요정에 대한 모욕이다. 팬이고 말고를 떠나서 고인을 그런 식으로 욕보이고 다니다가는 이 다음에 커서 이명박 아저씨 같은 어른 된다.
나? 나는 물리적으로 자립음악생산자 모임에 출석할 수가 없기에 가담하고 있지 않지만,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멜론이나 싸이월드에 곡 올릴 생각 없고, 벨소리는 내가 직접 만들어서 조만간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돈은 판 파는 것 이외에 다른 데서 조달한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 끗.
* 이 블로그는 이전했지만, 속은 답답한데 어디 길게 글 쓸 만한 곳이 없어서 써봄. 거의 안 달리겠지만 혹시 리플 달리면 확인은 하겠음.
** 훌륭한 타구로 기억되어 마땅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평안을 빕니다.
*** 이 포스팅에 관한 몇 가지 오해와 나름의 해명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http://aiwime.wordpress.com/2010/11/11/730/ (11월 11일.)
Filed under: 워드프레싱 | 53 Comments
태그: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디지털 음원, 싸움, 아이튠뮤직스토어, 아이폰, 유통, 음악인, 인디, 자립음악생산가모임, 찌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