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유통 업체의 알바 리마스터링.
큐오넷에 올라온 글을 읽었다. 그러니까, 음원유통 업체에서 스트리밍/다운로드용 음원에 대해 자체적으로 리마스터링을 한다는 것. 뭐, 같은 말이지만 리마스터링이라고 하면 조금 격한 느낌이니까, 노멀라이징을 한다고 해두자. 요는 “멜론/벅스에서 mp3를 20곡 샀는데 볼륨이 다 달라서 짜증남. 니들 왜 그럼?”하고 항의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서, 유통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볼륨을 통일시켜주는 절차를 거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부사항으로는, 우선 제공받은 320kbps의 mp3 파일을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카드와 PC 스피커를 장비한 알바생들이 사운드포지에 띄워놓고, 업체에서 제공한 프리셋을 돌려 컴프레싱한다는 것.
이를 두고 큐오넷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심혈과 돈을 기울여 믹싱, 마스터링한 결과물이 터무니없이 밸런스 망가진 채로 유통된다는 점과, 이 사실을 저작자 및 사용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문제인 것 같다. 후자의 경우는 왠지 약관 어딘가에 그런 것을 허용하는 조항이 있을 것 같기도 하긴 하지만, 그런 것 꼼꼼하게 읽는 사람들도 많고 하니 약관에 없을 수도 있고, “가공이 가능하다”는 식의 어정쩡한 표현만으로 구체적인 노멀라이징 사실을 대충 덮었을 가능성도. 전자의 경우는 충분히 화낼 만한 일 같긴 하다. wav를 가공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손실된 mp3를 가지고 누군지 알 수도 없는 놈이 아무렇게나 사운드를 손댄다는 거니까. mp3 형태에 최적화된 마스터링을 따로 할 정도로 정성 들이는 사람들도 있는데, 결과물이 얼마나 엉망진창이냐를 떠나서 생각한다 해도 자기 곡을 아무나 멋대로 손댄다면 속상한 게 당연하겠지.
내가 조금 의아하다고 할까 흥미롭다고 할까 싶은 부분은, 노멀라이징이 소비자의 니즈였다는 점이다. CDP와 씨디 여러 장을 들고 다니면서 음악 듣던 시절에도, CD를 갈아끼우는 것은 귀찮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볼륨 차이를 조절하는 것은 번거롭게 느꼈던 기억이 있으니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그것이 10곡, 12곡마다 볼륨을 조절해도 귀찮은데, 곡마다 달라지면 오죽 불편하겠어. 그런데 이것은 사실 mp3 플레이어로 듣는 mp3라는 플랫폼 자체의 문제이고, 그것은 mp3 플레이어 생산자들이 이미 해결해 놓은 문제라는 것이 재밌다. 대부분의 mp3 플레이어에는 노멀라이징/음량제한 기능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능을 쓰면 될 것을 왜 벅스와 멜론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냐 하는 것이지.
음원유통 업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그래서, 그걸 왜 소비자인 내가 번거롭게 조정해야 하냐, 너희가 조정해서 서비스 해줘야 할 것 아니냐!”는 식의 반응들 뿐인 고로, 그냥 노멀라이징 하고 말자는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 뭐, 이건 “이 바닥”만의 문제가 아닌 게 돼버리고 만다. 우선은 고객이 깡패인 전반적인 풍토 자체도 좀 문제란 생각이 들고.
그 다음으로 또 조금 흥미로운 부분은, 음원유통 업체의 지위에 관한 것이다. 사실 방송국에서 음악 송출할 때 노멀라이징하는 것에 대해선 아무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거든. “그런데 왜 음원유통 업체는 까냐?”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방송은 DJ나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음악, 시그널 등의 각기 다른 음원의 음량을 맞춰줘야 한다는 점이 있고, 또 여러 장의 음반에서 한 곡씩을 뽑아 튼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포맷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CD 시대에는 음반들의 ‘음압’ 차이에 대해 누구도 행사하지 않던 고객깡패권이 지금은 행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눈에 안 보이는 음반사보다야 눈에 보이는 벅스/멜론 고객센터가 가깝고 직접적인 탓도 있겠고, 여러 장의 음반에서 한 곡씩 뽑아 셔플로 듣는 형태가 일반화된 탓도 있겠지만…
실은 음원유통 업체가 일종의 방송국 같은 포맷으로 인식되었다든가, 혹은 소비자의 mp3 다운로드가 방송을 듣는 것과 마인드상 동일하다든가 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음반별로 음압이 다른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저희가 음원에 별도 가공을 하지 않는 것은, 음반 단위로 음악 듣는 고객님들도 있고, 최상의 음질을 확보하기 위함이니, 음압의 차이가 신경쓰이신다면 플레이어의 노멀라이저를 사용해 주세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말해도 안 듣겠지만). 그건 음원유통 사이트가 하나의 상품으로서 (개별 곡의 음원 형태더라도) “음반을 구매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얘는 소리가 더 크니까 사운드도 더 빵빵하고 더 잘 만든 상품”이란 식의 오해조차도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이건 디지털 음원이란 형태가 상업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던 시기부터 뭔가 자리매김이 이상하게 틀어진 결과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아니, 그렇게 얘기하기로 하자. 한국인들은 사실 음악을 미워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긴 하지만, 여기서 한국인들이 얼마나 음악에 대한 리스펙트가 없느냐로 논하기 시작하면 속만 상하지 나올 것도 없다.)
즉 음악이 어떤, 공중에 떠다니는 존재 같은 것으로 인식돼 있어서, 그것을 개인적으로 소모하기 위해 구하는 곳이 벅스나 멜론이라는 건데… 그렇다면야 대동강 강물을 돈 받고 파는 더러운 장사꾼들이 이 정도 서비스도 안 해주냐!며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해야 할까. 그런 상태라면 “내 곡에 대해 ‘너희가’ 그러다니!”라며, 어떤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우습게 보이고 말지도 모르겠다.
큐오넷에서도 누군가 지적했듯이, mp3 플레이어의 내장 노멀라이저 프리셋이 알바들의 사운드포지 스킬과 딱히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는 것은 원저작자의 마스터링본을 그대로 듣는 것과 셔플해도 일정 볼륨으로 나오는 편의 중에서의 소비자의 선택권 정도가 된다. 그러면 뭐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싸움이 되는데, 공론화하는 것 자체는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쪽”의 목소리가 크길 바라는 건 조금 무리가 아닌가 싶다. 실은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도 의문이거니와, 더러우니 안 쓴다든가, 다른 곳에서 다운 받겠다든가;, 그런 반응들이 많겠지. 또 누구 말처럼 저작권자 측에서 목소리를 높였다간 “아, 그럼 너님 레이블에서 나오는 음원은 유통 안 할게연.” 해버리면 꼬리 내릴 수 밖에 없는 시장 현실인 것도 있고. 그렇다고 뭐, JYP나 SM에서 이걸 걸고 넘어지겠어?
또 무슨 얘길 하려고 했는지 잘 생각 안 나는데 (…) 이걸 두고 “이런 나라에서 음악하는 게 죄”라고 일장탄식하며 소주 마시러 가기에는 조금 미묘한 단계라는 느낌이 있고, 그렇다고 대중을 계몽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애초에 저쪽이 시장의 힘이라면 그것을 정의로 바로잡겠다는 것은 조금 너무 순진한 일일지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 넘기거나, 그것을 도저히 못 참겠다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1집 때 오지은씨가 했던, “자기 계좌로 돈 받으면 네이버 대용량 메일로 zip 파일 쏴주는” 형태의 디지털 음원 유통도 있겠고… 인디 아티스트나 레이블을 뭘 믿고 턱턱 입금해주는가 하는 문제도 있고, 모양새가 조금 빠진다는 문제도 있긴 하지만, 오지은씨 경우는 오히려 팬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계기가 됐을지도. 하여튼 두고두고 보면 볼 수록 간도 크고; 대단한 사람이네. 혹은 아마존이나 비트포트를 이용할 수도 있겠다. 파괴력 면에선 힘에 부치겠지만, 멜론 쓰면서도 오지은씨에게 입금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꼭 그런 사람 있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알지?; ) 전력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혹은, 차라리 그냥 무료로 풀어버리는 게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고. 그러면서 만화책 스캔본 업로드하는 애들처럼 “웹하드 업 금지”라고 “나도 온라인 음원유통 하고 싶지만 멜론/벅스에서 엉망으로 리마스터한 것을 듣게 할 수는 없기에 큰 맘 먹고 무료로 고퀄 뿌려버린다.”라고 첨부해 간지도 내고 호소도 해볼 수도 있겠지. 물론 돈이야 못 벌겠지만…
분류:눈에밟힌다, 공부라기엔, 워드프레싱 | 1개의 댓글
태그:노멀라이징, 마스터링, 멜론, 벅스뮤직, 고객깡패권, 소비자, 플랫폼, 음원유통, mp3
잘 읽었습니다.
마스터링이란게 음반의 퀄리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생각한다면
디지털음원 유통사가 저지르는 볼륨레벨링은 리마스터링이라고 봐도 되겠군요.
그것이 저작자의 의도에 반하는 것이라면 디지털음원 유통사와 꼭 협의되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납득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네요.
저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소비되어지는게 음악같은 문화장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