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까라 안신시나사이.
1. 딱히 교통수단에 대해 어떤 페티시즘 같은 걸 갖고 있진 않은데,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은 조금 좋다. 강하하고 선회하는 것이 몸으로 몇 차례 느껴지고 난 뒤, (아마도) 2천 피트 이내로 접어들어 강하를 계속하면서 기체가 덜덜 떨릴 때, 언제라도 바퀴 닿는 소리가 들리며 몸에 큰 진동이 다가올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기분으로 착륙을 기다리는 1분 가량이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날개의 (아마도) 속도를 줄이기 위한 (듯한) (이름은 모르는) 판때기가 위로 펼쳐지는 순간도 좀 좋다. 그 뒤는 뭐, 착륙했지만 아직 안전벨트 풀지 마시라고 안내방송 나오고 어수선해지는 분위기에선 딱히 즐거움은 없지만.
2. 아시아나의 기내식 메뉴가 좀 좋아진 것 같다. 감자 퓨레와 닭가슴살 구이가 꽤 맛이 괜찮았음.
3.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담요 하나 훔쳤습니다. ‘ㅅ’ 유학생의 소중한 커튼/담요로 잘 활용하겠습니다. (…)
4. 뭔가, “파리에 와버렸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이번은 서울에 있는 동안에도 빨리 돌아오고 싶은 기분에 몇 번이고 시달렸는데, 막상 돌아올 때가 다가오니 정말 오고 싶지 않은 기분도 있었다. 음. 이럴 때를 대비해서 다음에도 교환 불가능한 왕복 티켓을 끊는 것은 중요한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5. 짐을 찾는 게 1시간 이상 걸려버렸다. 이것도 파업의 여파인가. 컨베이어 벨트가 자꾸 멈추기까지 해서 더 오래 걸렸는데, 내 짐이 드디어 나와서 꺼내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동양인들이 수두룩한 게 서울 짐이 다 나오려면 먼 것 같았다. 물론 밀라노에서 온 동양인들도 있었겠지만…; 카트를 하나 끌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세워서 밀 수 있는 트렁크니까 차라리 손으로 다 끄는 게 낫겠다 싶었다. 핸드캐리용 작은 트렁크까지 해서 트렁크 2개를 카트에 얹어서 밀고 다니면 왠지 도둑 맞을 것 같은 기분. 음. 서울이라면 이렇게까지 염려는 안 했겠는데 싶기도 하고.
6. 짐을 쌀 때도 조금 조심을 했던 것이, 전시에 쓴 책을 깨끗하게 포장해서 20권 이상 들고 왔기 때문에 세관에서 뭐라고 할까 봐… 근데 저녁 7시가 넘어서인지 짐 찾는 게 워낙 오래 걸려놔서인지 모르겠지만 세관 검사가 아예 없더라.
7. 파업의 여파로 차는 어지간히도 밀렸다. 베르트 아줌마가 공항까지 마중 나오시겠다고 해서 그냥 리용 역이나 몽파르나스에서 보자고 했었는데 굳이 공항에 나와주셨다. 나야 편하게 오고 좋았지만 들어가시는 길이 고생스러우셨을까봐 미안했다.
8. 당연한 이야기지만 집에 들어와 보니 내가 해놓고 나간 그대로여서 기분이 이상했다. 오랜만에 만난 귀염둥이 포스텍스 스피커와, 말썽꾸러기 코르그 건반과, 간신히 익숙해지다 말았던 집안의 조명 시스템과, 감촉이 낯설어져버린 키보드와 마우스도 그대로. 동네 까페 아저씨가 서울 가면 엽서 한 장 보내달라고 했던 것이 그제서야 생각났다.
분류:워드프레싱 | 4개의 댓글
태그:Berthe, 공항, 기내식, 비행기, 세관, 파리, 아시아나, 여행, 집, 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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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도 비행기가 뜰때랑 착륙할때의 순간을 많이 좋아해요. 붕 뜰때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스르륵 잠이 들고, 몸이 앞으로 기울이며 덜컹거릴때 깨는게 문제긴 하지만.
3. 나도 저 한국 비행기들의 담요하나 가지기가 로망이라는. 전 언젠가 한국 비행기를 타면 꼭 하나 쌔벼오기로 아주 오래전부터 결심을 하고 있지요. 허허허.
추신: 웰컴 백! ^^
전설로 전해진다는, 뒤통수만 닿으면 잠들 수 있는 능력자신 모양이군요! ㅎ
전 이제 담요가 3장째라, 담요로도 쓰고 침대 밑에 깔기도 하고 커튼으로도 쓰고(?) 지저분한 짐 덮는 데도 쓰고(?!) 하여튼 매우 유용하답니다. 언젠가 꼭 하나 건지시길. 화이팅!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