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음악인 안 까는 포스팅.
이 블로그 처음 시작한 게 아마 2009년 초인 것 같은데, 그간 방문자가 2만 히트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어요. 근데 며칠 전에 올린 본격 음악인 까는 포스팅 하나로 하루에만 2900히트를 기록했네요. 사실 워드프레스에 블로깅을 하면 한국인 방문자도 별로 없고, 제 블로그가 리플이 많이 달리는 곳도 아니고 그런지라, 블로그에선 좀 못된 말투를 부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별로 상관 없겠거니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들을 일부러 골라가며 쓴 글이 노출이 워낙 많이 되는 바람에 이런 저런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소지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블로그 리플이나 메일, 트위터, 큐오넷 등에서 여러 피드백을 받았는데, 조금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공감하신다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일단 오해를 산 것 같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어느 정도 해명을 한다고 하긴 했는데, 잘 전달된 건지는 모르겠네요. 비교적 많은 오해를 불렀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정리하자면…
1. 아이폰 이야기.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의 논박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이 한국의 이통시장을 과연 크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만, 다른 의견들이 있는 걸 알면서도 어찌 보면 논쟁이 진행 중인 사안을 단정적으로 전제 삼아 논리를 편 것은 저의 실수라고 인정해야겠습니다. 이게 두 배로 실수였던 것은, 애플에 대해 애정을 지니신 분들이 보시면 설사 저의 다른 논지에 부분적으로 공감할 수도 있다 하더라도 일단 기분이 상해서 반감을 가지신 경우도, 없지는 않은 것 같더라구요…
어쨌든 정말로 아이폰이 혁명을 일으켰는가의 여부는 주요 논지는 아니라고 보고 더 이상의 논의는 생략하겠습니다. 그 얘기를 통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것이었어요. 이통사의 횡포나 단말기의 다운그레이드 출시 같은 것은 아이폰이 출시되지 않더라도 수정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죠. 실현 가능성의 크기를 떠나서 보자면 말이에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싸우지 않고 그냥 아이폰을 기다렸어요. (저는 어땠냐면… 별로 불만을 갖지 않는 쪽이었습니다마는.) 일단은 아이폰 출시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타결책이 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건 최종적으로 아이폰 출시에 관계되는 애플사와 KTF의 결정에 소비자의 운명을 맡기는 행위예요. 당시 아이폰을 기다리던 분들의 마음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서글픈 이야기죠. 애플도, KTF도 보살이 아니거든요. 애플을 자신의 경제적/문화적 파트너로 여기는 분들도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둘 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좋은 일도 하고 그러겠지만, 적어도 “한국 소비자들을 구원하겠다”는 신념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것만은 결코 아니라고 단정지어도 무리가 없겠죠. 즉, 현금만 놓고 보면 그들은 나에게서 이윤을 취해가는 입장이에요. 그런데 나의 경제적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선의를 기대한다는 건 뭔가 슬프지 않은가요?
아이튠 뮤직스토어, 그래요, 정말로 들어오면 뭔가 분위기전환이라도 될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이튠 뮤직스토어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시장을 바꿀 선택지 자체는 있어요. 그 선택지들의 실현가능성을 전부 떠나서 생각한다면 말이지만요. 애플은 영리한 기업이니까 제가 아래 글에서 상상한 것처럼 무식하게 들어와서 망하고 나갈 거면 아예 안 들어오겠죠. 뭔가 날카로운 전략을 내세워서 정말 시장을 바꿀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애플이 한국 음악시장에게 “일어나 걸으라”라고 말하기만 기다리고 있다면, 서글프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비참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2.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아이튠 뮤직스토어의 국내 운영에 대한 상상도 비약이 있을 수 있어요. 인정합니다. 사실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죠. 저의 구체적 상상들에 대해선 모두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셔도 좋아요. 어떤 식으로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아마 잡스도 아직은 모를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아이튠 스토어가 언제든 맘만 먹으면 휙 들어와서 시장을 탕 하고 바꿔줄 만큼 간단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만에 하나 정말 스티브 잡스가 현인류의 구세주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구원은 당장 찾아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죠.
3. 스크린쿼터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오해가 있더군요. 밥그릇 챙긴다는 비난을 영화인들이 받았다는 얘기를 제가 썼는데요, 다들 이해하실 줄 알았는데 설명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제 글이 어수선해서 그런데, 뒤쪽에는 밥그릇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전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의 수사 자체에 극렬히 반대합니다. 자기 밥그릇 자기가 안 챙기면 누가 챙기나요. 자본주의/민주주의 사회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각자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만인을 상대로 투쟁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싸우고 떠드는 건 당연한 거고, 누구나 그럴 권리가 있어요. 곱빼기 두 그릇을 먹겠다고 반 그릇 먹는 사람 걸 뺏어가는 자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려 마땅하고요. 반 그릇, 한 그릇을 온전히 먹고 싶다고 싸우는 것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음악인들이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운다면, 분명 똑같은 소리 들을 겁니다. 밥그릇 챙기기라고. 싸울 거라면 그 소리 들을 각오는 기본적으로 반드시 해야 합니다. 더구나 당사자가 대중음악인이라면 인기가 자산인데, 그런 비난 들어서 인기가 떨어지면 밥그릇도 작아지는데 쉬운 일이 아니겠죠. 영화인들보다 상황이 더 나빠요. 영화는 가장 중요한 데이트 코스의 하나로 완전히 정착돼 있거든요. 연애하면서 같이 영화관 한 번 안 가신 분들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해요. 아무리 욕을 먹어도 데이트 용도로 좋은 영화는 기본적으로는 팔립니다. DVD방도 있고 모텔에서도 다운 받아 볼 수 있지만 극장 수요는 늘 있죠. 음악도 연인과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곡은 “다운로드” 될 수 있겠지만… 구매에 장벽이 생기는 건 분명한 손해로 돌아오겠죠.
뭐 그런 이야기는 됐고, 밥그릇 챙기는 사람 비난하는 사람 아닙니다, 저.
4. 싸우는 게 별 효과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처럼 들린 모양인데요. 맞게 읽으신 거긴 합니다. 제가 그 글에서 쓴 내용은 분명 그런 거였죠. 하지만 싸우지 말자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구나 말하듯 좀처럼 뭉치기 힘들고 각자 작업하고 먹고 살기 바쁜 음악인들이 그 수많은 장애를 무릅쓰고 싸우는 것보다, 음악인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쪽이 더 현실적인 이득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싸움에 대한 당위성 자체는 희생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아래쪽에 쓰겠지만 제가 진짜 주장하고 싶은 바를 위해서, 그리고 미운 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싸워야 한다는 논의를 좀 희생시켰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맥빠지셨다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5. 인디와 언더를 나눠서, 언더를 까는 내용이라고 받아들이신 분들이 계세요. 리스너/음악인으로서의 저는, 관용적인 분류를 따를 때의 언더보다는 인디에 취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언더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에요. 듣기 좋은 노래는 후지다든가 하는 생각도 전혀 안 해요. 심지어 리스너/음악인/음악학생으로서의 저는 아이돌팝을 매우 높게, 진지하게 평가하는 사람인 걸요. 성시경 비유 같은 것도 반감을 많이 산 것 같습니다만은…
우선 저는 인디 순혈주의가 아닙니다. 인디에 계신 지인들 중 그런 기분을 가지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긴 합니다만, 애초에 저 자체가 인디 음악인이냐 하고 보면 얘기가 묘해지는 구석이 내부적으론 있다고 생각해요. 기획과 제작과 유통을 모두 완전히 인디로 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라이브를 하면서 인디씬과 호흡하고, 인디씬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뭔가를 만들어 나가는 입장이 되지 못하고 있거든요. 제가 막상 주말마다 홍대 앞에서 공연을 하는 처지라면 또 생각이 약간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인디는 애티튜드 내지 액티비티의 문제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시경 워너비가 왜 홍대 앞에서 노냐든가 그런 소리 전혀 안 합니다.
성시경 얘기를 설명할게요. 현재 시스템이 안 좋아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안적 시스템들에 대해서는 관심 갖는 분들이 적어 보여요. 대안적 유통 사이트든, 대안적 씬이든, 물리적 대안 공간이든 말이죠. 그런데 성시경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관용적으로 보아 언더에 계신 분이 있다고 칠 때, 그 분이 그런 대안적 시스템에 접근하는가 하는 거예요. 저작권 협회나 제작자 협회, 멜론 앞에 가서 1인시위 한다든가 하신다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요, 싸우지도 않고, 대안을 취하지도 않는데 불평만 한다면 그건 “누가 날 먹여살려라”라고 떼 쓰는 것 밖에 안 되지 않겠어요?
근데 그런 분들이 대안을 취하지 않는 이유 중에 “나는 인디가 아니니까”라는 의식이 포함되는 건 아니냐 하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실용음악과에서 재즈 프로그레션 공부 다 하시고 오그먼티드 일레븐스를 귀신처럼 다루는 분이 보시기에 인디에서 코드 두 개로 후리는 음악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죠. 근데 인디라고 해도 음악적 스펙트럼이나 실력의 스펙트럼(이란 말이 있다면)은 상당히 넓은데, “그 찌질한 놈들과 동급 취급 받기 싫다”, “내가 바라보는 곳은 오로지 메이져”는 이유로 어떠한 대안도 취하지 않고 끝까지 멜론, 싸이월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인 거예요.
이 논지 역시 다양한 케이스들을 무리하게 일반화시켜 억측하게 될 소지가 다분했던 것은 인정합니다. 부족한 글 재주 때문에 기분 상하신 분 많으실 거예요. “멜론, 싸이월드만이 음악인이 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가“라는 문제제기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 그리고 이제부터는 제가 아래 글에서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조금 보충해서 해볼게요.
요즘의 논의 중에 “인디의 자립“이란 표현이 나왔던데요, 조금, 어폐가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왜냐면 인디indipendant는 자립을 이미 전제로 한 개념이고… 관용적인 분류에 따라 언더에 계시는 분들은 인디의 건강성과는 그다지 기여도 수혜도 없어 보이거든요. 편가르기 하자는 게 아니고요, 언더와 인디가 공유할 수 있는 아젠다가 되려면 “작은 음악의 자립” 혹은 “작은 음악의 생존” 같은 표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수사적인 갭 때문에 조금 엉뚱하다 싶게 “그래서 인디 진흥위원회라도 설치하라는 거냐”, “힘든 거 알고 선택한 주제에 뭔 소리냐”, “독립했으면 알아서 먹고 살아야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게 좀 안타까워요.
저는 인디의 의미가 단순히 소속 레이블이 없거나 작거나 TV에 안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에게 의존dependant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하죠. 공연의 페이 협상이나 대관료 협상, 악기 및 장비 조달, 관객 유치, 홍보, 유통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DIY인 거죠. 남이 안 해주면 자기가 해야 합니다. 남이 내 판 안 팔아주면 내가 나가서 팔아야 해요. 남이 장비를 제공 안 해주면 내 친구한테 빌리든지 악기사 가서 내 돈 주고 빌려야죠. 이것은 비단 인디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용적 분류로서 언더라고 해도, 누군가가 해주지 않는다면 해야 하는, 작은 음악인에게는 누구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포함됩니다. 저는 역사상 음악인이 자기 작품만으로 먹고 살 수 있었던 경우가 극소수라고 생각하거든요. 클래식 작곡가들 중 일부는 귀족이나 영주, 왕에게 고용된 음악 노동자였어요. 혹은 귀족이 스폰서로 역할을 했죠. 이 분들을 굳이 비유하자면 기획사 소속 작곡가나 후원자가 있는 뮤지션으로 볼 수 있겠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현대의 음대 교수님들을 포함해서, 교직을 겸한 경우가 많죠. 그 분들이 정녕 자기 작품보다는 후진 양성에 전념하는 교육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있다면 얘기가 다른데요, 자신이 음악가라고 생각했다면 교직은 세컨 잡입니다. 그렇게 표현하니 어색할 뿐이에요. 그 분들도 밥 먹기 위해 투잡을 한/하는 거예요. 을지로에서 밥배달하거나 노래방 반주 찍고 남의 공연 세션 뛰면서 음악하는 분들과 마찬가지로요. 그런데 왜, 투잡이나 밥그릇 챙기기가 부끄러운 일이고, 투정 부릴 일인가 하는 의문이 전 있어요.
그럼, 음악인이 창작/연주 이외의 활동을 하는 것도 당연한데, 자기 음악을 위한 그 이상의 일은 왜 하면 안 되죠? 내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그들이 내 음악을 위해 지갑을 열 설득력을 마련해주는 게, 왜 “음악인이 음악만 하고는 못 사는 건가”하는 푸념을 낳아야 할 일인지 전,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해를 못 하겠어요. 매니저나 기획자가 붙어있다면 그들에게 맡기세요. 하지만 안 붙어 있다면, 장비 대여와 페이 협상을 매니저 대신 자신이 하는데, 그들의 다른 업무는 왜 하면 안 되나요. 음악인이 음악에만 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 계시던데, 죄송하지만 저는 옛날부터 일부를 제외한 음악인은 원래 음악 이외의 것에 고민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좋은 곡을 만들고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만큼, 자기 음악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음악인에게는 정말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모자를 씌워준다고 생각을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는데, 모자도 안 씌워주면 더 열심히 생각해야죠.
우리가 누구나 마음 속으로는 퀸시 존스고 프린스고 막 그렇겠지만, 음악만 갖고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예요. 나머지는 음악만으로는 중산층 되기도 쉽지 않아요. 잘 나가는 음악인은 전 세계에 숱하지만, 우리 귀에까지 들어오지 않을 수많은 작은 음악인들이나 지망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하면 아득해지는 기분 느껴보시지 않았나요? 우리들 각자는 모두 그 중 한 명, 한 명이거든요. 그럼, 초대박 아티스트가 되는 꿈을 반드시 버리지는 않더라도, 중산층이라도 되려면, 혹은 최소한의 생계라도 유지하려면, 열심히 고민해야 해요. 지금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아는 음악인들은 대부분의 경우가 자신의 커리어를 열심히 고민한 사람이든지, 혹은 옛날 재즈의 거장들처럼 가난을 아예 벗 삼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제가 뭐 거물 음악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증명한 바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 부끄러워서 여태까지는 반론제기의 근거로 대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뭘 어쩌란 말이냐”라고 하실까 봐 예를 들기 위해 민망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요, 대충 끼워맞추면 앰비언트에 해당할 음악을 해요. 한국에서 팔리는 음악 아니죠. 제가 프랑스에 있지만 여기서라고 대박 날 음악은 아니에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영상번역도 했고요, 실력에 비해선 터무니 없이 운 좋게도 남의 웹사이트 만들어 주고 돈 받은 적도 있어요. 그리고 좋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서 상업음악이나 영화음악도 가끔씩 하게 됩니다. 큰 돈 받진 않지만 용돈은 돼요. 좀 규모 있는 페이 받으면 값싼 장비나 소프트를 사기도 하는데, 장비 값으로 돈 들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것이 겁이 나서 일부러 자주 안 사요. 이미 가진 걸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뭐라도 배우는 거라고 합리화해요. 그리고 저 스스로 실력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렀다고 판단될 때에만, 뭐 게임에서 레벨업하면 아이템 받는 느낌으로 하나씩 사자고 정했어요.
그런 별도의 수입원이 있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어느 정도 알려진 음악이라면 돈 안 내고 다운 받으려는 사람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 곡 이만큼 다운 받아갔다”고 자랑이라도 할 수 있게 무료 배포도 하려고 하고, 실제로 하기도 했어요. 어디 아티스트 홍보 문구에 “마이스페이스 n만 조회” 이런 거 들어가기도 하잖아요. 그것도 나의 자산이 되는 거니까요. 음악 창작자의 자산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이름값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무료가 됐든 뭐가 됐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름값이 올라가면 상업음악 의뢰든 곡 사용이든 수익은 간접적으로 날 수도 있어요. 이왕 무료로 다운로드 하려는 사람 많은 오늘의 상황에서, 그럼 차라리 소비자에게는 최소한의 수익만을 받거나 기대하고, 기업체나 지자체, 공공기관에게서 해당 작품에 대한 페이를 받는 것도 수익모델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가 그만큼의 이름값과 실력이 안 돼서 그렇지만, 이상적인 바를 말하라면 그런 쪽입니다.
그리고 올 여름엔 판을 찍었어요. 드로잉 하는 친구랑 교환작업을 한 거라서 아트북과 씨디 합본을 냈어요. 인쇄소 직접 다니고, 출판비와 전시 비용 등의 예산도 직접 짜고, 장비도 직접 조달하고, 장소도 인맥으로 구하고, 보도자료나 홍보물도 직접 써서 돌렸어요. 가격 관계로 책과 씨디를 다른 곳에서 찍어서, 따로 받아서 사이즈 맞는 비닐 포켓 사다가 비닐장갑 끼고서 씨디 넣고 봉했어요. 서울에서 전시와 라이브를 했는데, 관객이 많진 않았어요. 그런데 제 음악이 전부 인스트루먼틀이거든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제 작업”에 보컬을 넣을 생각이 없습니다. 가사라는 텍스트를 배제한 상태에서 추상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걸 배우고 싶은 이유거든요. 어쨌든 안 그래도 일렉트로닉에 부담 느끼실 만도 한 음악인데, 의외로 어르신들도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연결된 그림이 있으니, 일단 그림이 너무 좋아서도 그렇지만, 들으면서 이미지하기가 훨씬 좋아서 어렵지 않게 느껴지셨던 모양이에요. 프랑스에선 노인들도 좋게 봐주신 경우가 많고요. 저는 이걸로 어느 정도는 제 음악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관객이 많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에 비해서는 책/씨디는, 저 자신은 납득하고 만족할 만큼 팔렸어요. 공연날 게스트로 와주신 분들의 연주가 좋았던 덕이죠.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로, 저는 이렇게 분석해요. 음악 퍼블릭과 미술 퍼블릭이 함께 왔고, 아트북은 시세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저희 아트북+씨디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했다고요. 아트북+씨디라는 포맷도, 드로잉이 워낙 좋기도 했지만, 씨디만 사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설득력 있었다고 저 자신은 판단해요. 화려한 부클릿의 디지팩을 만들어서 구매욕을 자극하는 앨범이 아니거든요. 아트북과 CD가 합쳐져야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되는 오브제였고, 그래서 일반 앨범 12,500원보다 비싸도 가격에 대해 납득이 되는 것, 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물론 애초에 발품 열심히 팔기도 했지만요.
유치하고 간단한 예였지만, 저는 이것으로 노려야 할 수익모델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수용자에 대한 제 음악의 설득력도 이번 작업만큼은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다음 작업을 위해선 또 다른 설득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해야겠지만요. 다른 음악인들도 조금만 고민하면 충분히 훨씬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니까 고민하자, 라는 얘기가, 정말은 하고 싶었습니다.
제 밥그릇을 제가 챙기는 차원에서 제 곡 홍보도 좀 하겠습니다. (……) 시간 되시면 한번 들어봐 주세요. 안 사주셔도 괜찮아요. ㅋ
아주아주 냉정하게 못되게 말하자면, 다른 작은 음악인들이 살 길을 못 찾아도 저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요. 다른 음악인들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다만 아이튠 스토어에만 기대하는 것이나, 싸워보자 하고는 현실성 부족한 아젠다에 피상적으로 매달리다 흐지부지 되어서 모두의 패배감만 가중시키거나 하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논의가 그것 뿐이라는 건 아니고요, 글을 쓰던 당시에는 그런 인상을 여기 저기서 받았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우리 이러지 말아요”라고 좋은 말로 쓰지 못하고 뼈 삭는다는 소리나 해 가며 미운 소리 한 것은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답답해서 화가 나서이기도 했고, 처음에 쓴 것처럼 그래 봐야 몇 사람 안 볼 테니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도 있어요. 달빛요정님 파는 글이나 쓸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되면 “그 도토리 가수도 뭐 그냥 음악만 하다 보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지내다가 못 뜨고 죽었겠거니”하는 소리 듣게 될지 모른다 생각하니 (실제로 그 분은 전혀 그런 분이 아니었음에도!) 속상한 것도 있었고요. 남은 자들의 행동이 그 분께 혹여라도 그런 소리나 듣게 해서는 안 될 일이지요.
그런 이유로 많은 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저도 다음 날 아침에 벌써, “그렇게까지 날카롭게 굴 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들 각자 자신의 음악으로 좋은 성과가 있으셨으면 합니다.
** 이 블로그는 실은 얼마 전에 다른 블로그로 이전했어요. 근데 이왕 방문객이 이렇게 늘었으니 (……) 이쪽을 다시 쓸까 혹은 양쪽을 다 쓸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어떻게 할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글에 대한 피드백은 당분간은 이곳에서 그냥 받도록 할게요. 혹시 시간이 지나서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분 계시다면, 화면 오른쪽의 최근 포스팅이 갱신되지 않고 있다면 메일 tres.mimyo@gmail.com 이나 트위터 http://twitter.com/mimyo_ 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쪽 블로그” 주소는 개인적으로만 안내하고 있으니 원하시는 분은 역시 연락 주시면 따로 알려드릴게요.
분류:워드프레싱 | 2개의 댓글
태그:밥그릇, 고민, 싸움, 아이튠뮤직스토어, 아이폰, 유통, 음악인, 인디
써주신 글 잘 보았습니다. 또한 좋은 의견들에 공감하고 갑니다.
처음 뵙는 분이 쓴 글이라, 덕분에 편견 없이 보게 되어,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공격적인 어조는 느껴질 지언정 그 글 속에서 묻어나는 진심이 분명 느껴졌는데요. 다른 분들은 다른 의견들을 조금은 공격적인 의도로 제시해 주셨나 보네요. 갑작스런 방문자들의 항의표시에 마음고생 아닌 마음고생을 하신 셈이라 생각 됩니다.
종종 들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생각이 담긴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저쪽 블로그”도 초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실은 딱히 악플 같은 것이 달린 건 아니었어요. 점잖은 대응이 많았지요. 그에 비해 너무 누군가 상처 받으라는 식으로 글 쓴 것이 조금 부끄러워져서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저쪽 주소”는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